독립형 편의점 춘추전국시대 |
편의점 시대 17년째.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현재 우리 생활의 일부라 고 해도 손색이 없다. 심지어 ‘동네 허브’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다. 생필품 등 유형상품은 물론 택배ㆍATMㆍ보험 등 무형상품까지 취급하면 서 더욱 생활밀접형 소매점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 창 업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과도한 출점경쟁으로 인한 매출 감 소와 편의점 본사와의 갈등 등 편의점 창업자의 고민 역시 늘고 있다. 이 틈새를 타고 독립형 편의점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기업형 편의점에 반기를 들고 나선 독립형 편의점이 선전하는 이유와 실태를 들 여다봤다. |
편의점 A를 운영할 당시 하루 200만 원이던 매출은 지금도 변함없지만 월 이익이 3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늘었다. 매월 편의점 본사로 지급하던 로열티 500만 원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편의점 A와 같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을 기업형 편의점이라고 한다면 썬마트와 같이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을 독립형 편의점이라고 한다.
정씨와 같이 최근 독립형 편의점을 개점하거나 기존에 운영하던 기업형 편의점을 독립형 편의점으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포기하면서까지 독립형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렵형 편의점이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확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각 가맹점 점주의 순이익이 기업형 편의점에 비해 좋기 때문이다.
기업형 편의점과 비교할 때, 대부분의 독립형 편의점은 가맹 본사에 로열티(이익분배금)를 지급하지 않는다. 기업형 편의점의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이라면 원가 등을 빼고 남은 매출이익은 30만 원 정도. 이 중에서 35% 가량을 로열티로 가맹 본사에 지급한다. 그러면 점주에게 떨어지는 이익은 19만5,000원 수준이다.
점포 임대료를 점주가 부담하는 순수가맹점이 이 정도이고, 점포 임대료도 가맹 본사가 부담하되 점주는 단순히 점포 운영만 하는 위탁가맹점은 평균 60% 정도의 로열티를 가맹 본사에 지급한다. 이익은 더 작을 수밖에 없다. 독립형 편의점이 예비창업자로부터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이 같이 부담되는 로열티가 적거나 아예 없기 때문이다.
단, 독립형 편의점은 운영관리비 명목으로 매월 일정액을 가맹 본사에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매출이 100만 원이고 매출이익이 30만 원이라면 매출이익이 곧 순이익이 되는 셈이다. 독립형 편의점은 로열티뿐만 아니라 제품 구색에서도 기업형 편의점에 비해 점주에게 훨씬 개방적이다. 기업형 편의점의 상품 구색은 전국 어디나 대동소이하지만, 독립형 편의점은 지역이나 점주의 영업방식에 따라 차별화된 상품은 갖출 수 있다.
전체 제품의 70% 정도는 가맹 본사로부터 일괄 공급받지만 나머지는 편의점 점주가 지역 소비패턴에 맞게 제품 구색을 갖출 수 있다. 기업형 편의점은 제품 공급을 가맹 본사에 100% 의존해야 한다. 편의점 점주의 임의대로 지역에 맞는 제품을 갖출 수 없다. 예컨대 전라도 담양의 편의점이라고 해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대나무 제품을 갖출 수 없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 기업형 편의점 가맹 본사는 프랜차이즈 사업이기 때문에 획일화되 운영 시스템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편의점마다 상품 구색이 다르면 편의점이 아니라 단순히 간판만 같은 구멍가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독립형 편의점은 가맹 본사와의 계약기간에서도 기업형 편의점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다.
기업형 편의점은 보통 5년이 가맹 기간이다. 매출이 예상보다 적거나 많거나 5년 동안은 편의점을 운영해야 한다. 만일 해지할 경우엔 위약금이 적지 않다. 기업형 편의점 점주가 브랜드 인지도까지 포기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독립형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이유다.
독립형 편의점은 대부분 계약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개점은 물론 폐점도 점주가 결정한다. 이같이 비교적 자유로운 운영방식에 유형 또는 무형 상품 구색은 기업형 편의점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독립형 편의점이 팽창하고 있다.
할인점 400만 명, 백화점 300만 명보다 많은 수치다. 제품 단가는 할인점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아파트단지나 주택가와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과 편리성이 강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평균 27평 남짓한 소매점에 지나지 않는 편의점이지만 그 성장세는 하늘 높을 줄 모른다. 가히 유통가의 골리앗으로 불릴만하다.
이런 편의점 시장에 독립형 편의점이라는 지역중심형 마이너 편의점이 생긴 것은 약 10년전. 하지만, 독립형 편의점은 편의점업계의 ‘독립군’으로 불릴 만큼 발 빠르게 파이를 넓혀가고 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서 ‘편의점’을 입력하면 100여개의 편의점이 검색된다. 이 중 브랜드 편의점 5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독립형 편의점으로 간주된다. 또 이 중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눈에 익은 브랜드도 10여곳에 이른다.
1997년 대전지역에 본사를 두고 현재 독립형 편의점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썬마트(www.sun-mart.co.kr)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회사의 가맹점 수는 2003년 말 60여 개에 지나지 않던 것이 현재 215개로 늘었다. 최근 2년새 155개가 늘어난 셈이다.
한 달에 겨우 1개 점포를 열던 썬마트가 최근 2년 동안 한 달에 10개에 육박하는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전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타지역으로도 가맹점을 늘려가고 있다. 이 외에도 IGA, 베스트올(betsall), 우리들(wooleedle), CNS, 오렌지데이(orangeday), CS마트 등이 각 지역별로 기업형 편의점 틈바구니 속세어 선전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세계 42개국에 독립형 소매점 체인망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계 업체 IGA와 베스트올은 서울지역에서, 우리들, CNS, 오렌지데이는 각각 울산과 대구 그리고 부산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또 지난해엔 브랜드편의점 본사 직원들이 뭉쳐 만든 독립형 편의점까지 시장에 진출해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포진하고 있는 독립형 편의점 가맹점 수는 1,000개를 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김사욱(47) 썬마트 사장은 “현재 수백 개에 지나지 않는 독립형 편의점은 2010년 5,000개로 늘어나 전체 편의점 업계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제> 자체 전산ㆍ물류시스템 갖춘 편의점 본사 선택이 관건 그렇다고 독립형 편의점이 기업형 편의점에 비해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다. 편의점이란 소비자가 생활하면서 긴급하게 필요한 상품을 필요한 양만큼 공급하여 즉시 소비가 가능토록 해주는 소매업태이다.
이 소매업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권 내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이 무엇이고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이런 상품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공급받아 소비자에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생명선이다. 이를 위해 독립형 편의점 본사의 전산시스템(POS)과 물류시스템은 절대적이다.
POS란 컴퓨터를 이용하여 각종 유통정보를 분석 활용하는 유통 시스템으로 매장에서 판매와 동시에 품목, 가격, 수량 등의 유통정보를 컴퓨터에 입력시켜 정보를 분석,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기업형 편의점은 POS시스템이 갖추고 있어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지만, 영세한 독립형 편의점은 수억 원의 개발비용으로 들어가는 POS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독립형 편의점 가맹 본사의 자금력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가맹점포에 인테리어나 시설장비를 공급하는 데서 수익을 챙기는 원시적인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가맹점포를 개설하면서 컨설팅 명목으로 수익을 챙기는, 이른바 컨설팅업자의 모양새를 취하는 곳도 적지 않다.
편의점 가맹 본사의 역할은 가맹점의 경영 안정과 수익을 돕는 지원 기능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지 가맹사업만으로 편의점 가맹 본사의 이익을 취하려는 영업 형태는 결코 본사나 각 점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점포만 개설해 물류업자와 연결해주고 가맹비를 챙기는 편의점 가맹 본사를 조심해야한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립형 편의점 가맹 본사는 가맹점이 개별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전산망과 물류망을 우선 갖추어야 한다. 편의점은 최소 면적의 점포에서 최대의 이익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구멍가게의 주먹구구식 운영방식으로는 문제가 발생하는 비즈니스다. 1993년 160여 개의 편의점 본사가 난립했던 일본 편의점업계엔 현재 60여 개의 편의점 본사만이 활동 중이다.
전산시스템과 물류망 없이 단지 상호만을 앞세워 가맹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수익을 챙기다 적당한 시점에 문을 닫아버리는 편의점 본사는 명분을 잃고 하나 둘 사라졌다. 편의점 가맹 본사를 믿고 사업을 시작한 가맹점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편의점 본사만이 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글 노진섭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