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편의점 시장이 바뀌고 있다 - 매경
저희 편의점이 입지도 좋고 장사도 꽤 잘되다 보니 편의점을 하고 싶다며 도 움 좀 달라고 찾아오는 예비창업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런 분들이 올 때마다 저는 반드시 개인형편의점을 하라고 권합니다.
제가 기업형편의점을 하다 개인형편의점으로 바꾼 이후 월 순수입이 500만~60 0만원 이상 늘어나는 경험을 한 사람이거든요. 이런 얘기를 해주면 대부분 고 개를 끄덕입니다.
물론 일부 ‘그래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기업형이 낫지 않겠 냐’며 생각을 바꾸지 않는 분들도 있지요. 안타깝지만 할 수 없지요, 뭐.” 남대문에서 오랫동안 편의점을 운영해왔다는 천상호 사장 얘기다. 개인형편의점이 크게 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개인형편의점이 지난해 그 수가 크게 늘어 현재 대략 1000여개가 넘어간다는 게 전 문가들 추정이다. 썬마트, 위드미, 한국IGA마트, 오렌지데이 등 수십~수백개 가맹점을 확보한 개인형편의점 전문 프랜차이즈 본사만도 10여개 가량 된다.
이같은 개인형편의점 활황은 기업형편의점 성장세 둔화로 이어졌다. 2001년 37 %를 기록했던 기업형편의점 점포수 증가율이 지난해엔 14%에 그쳤다.
개인형편의점이라고 개개별로 운영되는 동네 구멍가게나 슈퍼마켓을 생각하면 오산. 89년 국내 최초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문을 연 이후 GS유통, 보광그룹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뛰어들어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키워온 편의점을 기업형이라 한다.
반면 개인형은 기업형보다 소규모로, 중소 규모 프랜차이즈 본사가 진행하는 형태라 할 수 있다. 기업형에 비해 본사 간섭이 훨씬 적고 가맹점주 자율성이 더 크다는 의미에서 독립형편의점이라고도 한다.
왜 이렇게 개인형편의점이 인기일까? 편의점 전문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다 최근 개인형편의점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든 전병욱 하빈저컨설팅 대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거 양산된 실직자 중 상당수가 편의점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 이후 경쟁이 과열되면서 편의점 매출과 순익이 크게 줄어들었지요. 새롭게 살 길을 모색하던 점주들이 찾아낸 게 바로 개인형입니다. 기업형이 별 것 없 을 뿐 아니라 5년 의무 가맹 등 가맹점주에게 오히려 불리한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이들이 대거 개인형으로 말을 갈아타고 있습니다.
또 불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다보니 요즘 창업하려는 분들은 시장조사를 꼼꼼히 하는 편입니다. 기존 기업형편의점을 운영하는 분들이 하나같이 하지마라 하니 대안으로 개인형편의 점을 고민하기 시작했지요. 향후 이 같은 추세는 계속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관측입니다. ” 이 시점에서 다시 개인형편의점 인기 이유를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자.
1. 편의점 시장 포화, 경쟁 과다
개인형편의점이 인기를 끄는 최고 요인은 편의점 시장이 포화돼 경쟁이 과다해 졌다는 이유를 들 수 있다. 3~4년 전만 해도 편의점을 하나 가지고 있으면 월 순수입 700만~800만원 벌기는 식은 죽 먹기라는 게 정설이었다. 눈만 돌리면 사방에 편의점이 널려있는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생계유지비는커녕 매달 적자 에 시달리는 편의점도 한둘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편의점협회에서 내놓은 자료 에서는 2003년 166만원에 이르던 편의점 1일 평균 매출액이 지난해에는 154만 원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주들이 매달 판매이익의 35% 안팎을 내야 하는 로열 티를 아깝게 여기게 된 것은 당연지사. 하루 매출 100만원, 하루 판매이익 30 만원이라 해보자.
한달 30일의 판매이익은 900만원. 900만원의 35%인 315만원 이 로열티라는 이름으로 허공에 날아가는 셈이다. 개인형편의점들은 로열티가 없다. 대신 경영지도 비용 등으로 월 20만~40만원 정도를 지불한다. 매출이 같다고 할 때 매달 280만~300만원이 고스란히 순수입 으로 남는다. 이뿐인가. 개인형은 창업비용도 훨씬 적게 들어간다.
기업형의 경우 가맹비는 200만~800만원선. 개인형은 200만원선에 그치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인 테리어비나 시설비 역시 더 저렴하다. 한 푼의 투자비라도 아끼고 싶은 창업자 에게는 이 또한 큰 매력이다.
2. 편의점들이 골목으로 들어간다
이미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나 큰 길가 웬만한 곳은 다 편의점이 들어서있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면도로나 주택가 등지로 파고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제 편의점이 동네 슈퍼마켓을 대치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이처럼 편의점 입지가 바뀌면서 편의점에 대한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브랜 드보다 편의성, 서비스를 먼저 보는 분위기가 나타난 것. 어차피 브랜드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입지에서 굳이 기업형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3. 점주 자율성에 대한 목소리 커져
“저희 편의점에서는 삼각김밥이 잘 팔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문을 좀 적게 해도 본사에서 들어주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밀어넣기 식으로 더 많이 공급합 니다. 삼각김밥 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건지…. 안 팔리는 재고는 다 제 가 떠안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 다음카페 안티편의점 게시판에 올라와있는 한 편의점주의 하소연이다. 고재석 한국편의점 가맹점주협회장은 “본사에서 상품을 임의로 발주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고는 고스란히 점주 책임이 된다. 이 뿐인가. 화장실 가느라 2~3분 자리를 비웠다고 24시간 영업 원칙에 어긋난 일을 했다며 패널티를 물린 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기업형편의점 운영 행태가 셀 수 없다”며 “하루 빨 리 이런 내용이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회장은 이 같은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4월 말 ‘편의점 불공정거래 고발 및 불공정약관 시정을 촉 구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본사의 지나친 간섭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편의점주들 목소리가 높아지 면서 상대적으로 점주 자율성이 좀 더 보장되는 개인형편의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개인형의 경우 점주가 지역 특성에 맞는 상품을 개별적으로 구입해 판매할 수 있다. 근처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면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제품가를 낮춰 팔기도 한다.
주택가여서 밤에 손님이 별로 없다면 하루 18시간만 운영해도 된 다. 기업형은 꿈도 못 꿀 내용들이다. 5년 동안 기업형 편의점을 운영하다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개인형편의점으로 말을 갈아탔다는 한 점주는 “처음엔 점주가 신경 쓸 부분이 많아져 더 힘든 듯 싶었지만, 그래도 수입으로 보답 받으니 잘 바꿨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 다.
4. 탄탄한 실력 갖춘 개인형편의점 프랜차이즈들 등장
예전엔 편의점을 자금력 탄탄한 대기업만이 할 수 있었다. 각 편의점에 공급하 는 전 품목을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구입해야 했기 때문. 지금은 아니다. 편의 점 공급 물건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도매상들이 많이 생겨나 프랜차이즈 본사 들은 도매상과 가맹점을 연결시켜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적어도 물류에서만큼 은 개인형이 기업형에 뒤질 이유가 없어졌다. 또 대기업에서 10년 가까이 해당 업무를 한 전문인력들이 대거 개인형편의점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업형과 개인형이 제공하는 각종 노하우가 비 슷해졌다는 점도 한 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개인형편의점 운영 프랜차이 즈 곳곳에 이 같은 인력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한동안 개인형편의점 활황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형이 무조건 기업형의 대안이고 더 낫다고 할 수만도 없다. 썬마트 김사욱 사장은 “160여개 편의점 본부가 난립했던 일본의 경우 현재 60 여개만 남아있다.
프랜차이즈 본부는 정보화, 물류 전산화 등 제대로 된 본사 운영을 뒷받침해주는 각종 기반 작업에 몰두하고, 예비창업자는 믿을만한 본사 를 고르기 위한 발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